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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 협력 이끌어낼 ‘한국형 투자모델’ 만들자
unido 2024-09-09

*본 게시글은 2012년 08월 09일 게시되었습니다. 

동아일보 2011년 10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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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중순 중국에서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투자 및 기술진흥사무소(ITPO) 대표자 회의가 열렸다. 필자도 한국사무소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선진국 UNIDO ITPO 대표 12명과 아프리카 35개국의 투자진흥청장 등 투자 진흥 관계자 및 관계 장관들이 함께 참석했다. 중국의 천더밍 상무장관과 유엔산업개발기구 칸데 윰켈라 사무총장이 공동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천 장관은 몇 차례에 걸친 연설을 통해 중국이 갖고 있는 개도국에 대한 협력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들과 앞으로의 계획들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회의에 참가하면서 필자는 최근 국제사회의 리더로 떠오르며 국제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이 개도국 경제성장을 위해 어떻게 대규모 원조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동시에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개도국으로부터 무난하게 남남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 가운데 한 가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중국은 경제 발전 초기 한국과 마찬가지로 외국 자본의 중국 투자 필요성을 그 누구보다도 절감했고, 해외 자본의 투자 유치를 위한 여러 가지 방안 중 하나로 외국 기업들을 위한 특혜적 산업단지를 적극 조성했다. 이러한 자구적 노력의 결과 성공적인 경제 성장을 이룩한 중국은 자국의 발전모델을 자국의 케이스로만 국한하지 않고 이러한 발전모델을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개도국에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설득한 것이다. 그 결과 전 세계 개도국에서 중국이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크고 작은 산업단지가 200개 이상 있다고 한다. 이런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투자 초기 여러 가지로 망설이던 중국 기업들이 자국 정부를 믿고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게 됐고, 이런 투자를 통해 창출된 부로 재투자를 거듭하며 성장하면서 지금은 오히려 기업들이 앞장서서 이러한 산업단지 조성을 요청하며 또 주도하기도 한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초기에는 중국의 중앙정부가 전략적인 차원에서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몇 개의 나라를 선정해 중국 기업들을 위한 산업단지를 개발했다. 이것이 성공을 거두자 그 다음 단계로 중국의 지방정부들이 나섰고, 지금은 중국의 일반기업들이 전 세계 개도국을 대상으로 자신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직접 해당 국가의 정부 당국과 교섭해 산업단지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며칠 전 한국에 주재하고 있는 중남미 국가의 대사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우연한 기회에 산업단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분의 이야기는 자기 나라에 중국과 대만, 일본이 주도하는 산업단지들은 있는데 유일하게 한국만 이런 것이 없다고 하면서 잘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은 적이 있다.

대한민국은 어떤 면에서는 중국보다 더 많고 다양한 개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진지하게 개도국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또 많은 개도국들은 한국의 이러한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개발협력 문제를 다룸에 있어 필자는 한국형 개발협력 모델의 창출이 그 무엇보다 필요하며 또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한국형 모델을 창출함에 있어 필자는 앞에서 언급한 중국의 예를 참고하라고 권고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정부와 기업, 학계 그리고 관련 비정부기구(NGO)들의 공동 노력과 함께 한국 국민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 유엔산업개발기구 한국사무소도 이러한 한국인의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이며, 한국이 원한다면 앞장서서 그 역할을 다해 나갈 것이다.

윰켈라 사무총장의 얘기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개도국에 먹을 것을 만들어 주는 개발협력이 아니라 개도국들이 스스로 먹을 것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개발협력이 되게 하자”는 그의 호소가.

이수택 유엔산업개발기구 서울투자진흥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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